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 우리는 모두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이 고통은 우리 자신의 다른 경험들에 대한 부정을 뜻하지 않는다.
🔖 누군가는 당사자성의 한계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내부자의 시선, 현장의 카메라, 당사자성, 1인칭 시점은 본질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이야기를 가장 적확하게 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되며 그 누구도 더하지 못하는 진정성을 더한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읽어내며 사적 역사와 공적 역사를 엮어내는 작품을 더 많이 보고 싶다. 시점과 당사자성이 가지는 힘을 여전히 믿는다.
🔖 김옥영 작가는 “좋은 다큐멘터리는 좁은 창구멍을 통해 넓은 세계를 내다보는 것”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소재를 다룬다 하더라도 ‘나’의 현실이 얼마나 ‘우리 모두의 현실’을 환기할 수 있느냐, 얼마나 문제의식을 확장할 수 있느냐에 그 성취가 달려 있다”고 쓴다. 김소희 평론가는 사적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편견을 지적하며 ‘나의 작품은 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여성 신진 감독들의 입장에 대해 사적 다큐멘터리 영화는 “단순히 정치적인 의미를 선취하는 데 매달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성이 생성되는 과정에 관해 면밀한 성찰이 수반된 작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대한 범주나 담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론을 개척하는 좋은 사적 다큐멘터리가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제는 안다. '사적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형식적인 분류로 나의 영화의 가치를 폄훼할 수 없다는 것을. 애정하고 지지하는 사적 영화가 관습과 체제라는 어렵고 복잡하고 감히 건들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개념을 가장 거세게 흔들 수 있는 도구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걸 말이다.